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마음 가운데 은혜가 식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고, 열심을 품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생각보다 믿음이 정체되는 느낌이 드는 경우입니다. 이전에 은혜 받고 신앙이 성장할 때 이겨낸 어떤 악습들이 어느 한 순간에 찾아와 속절없이 넘어지면, ‘왜 내가 이정도 밖에 안 되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하고, 자신에게 실망하며 당혹감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지나면서, 내가 싫어하는 성향과 기질을 성령님께서 완전히 확 바꾸어 주시기를 원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것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동시에 자괴감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이 부담스럽고 냉랭한 느낌이 들고, 예배를 드려도 새로운 감동이 느껴지지 않으면, 은혜가 더 채워지지 않아서 마음에 답답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기도응답이나 성령 임재의 체험이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말씀묵상이나 예배나 기도 중에도 무덤덤한 시간이 계속될 때 ‘내가 이렇게 신앙생활 해도 되는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영적으로 깊이 있는 설교를 듣고 싶은데, 설교가 폐부에 확 들어오는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고, 기도를 해도 쉽게 기도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영혼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하나님께 더 가까워지고, 더욱더 강력한 성령의 역사로 가시적인 변화의 체험이 많아 지기를 바라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게 감정이나 어떤 특별한 부분에 몰입해 있고, 변화와 성장에만 집착하면 자기중심의 그릇된 욕망으로 잘못된 신비주의, 율법주의, 혹은 이단으로 끌려갈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 할수록 사소한 죄가 더 세밀하게 보이고, 변화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이 더 많이 보이고, 인간관계에도 자주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느껴지면, 내면 가운데 성령께서 간섭하시는 중입니다. 이때는 중요하다고 느끼는 다른 우선순위의 일을 내려놓고 말과 행동을 줄이고 은밀한 기도의 자리에 앉으라는 영적 신호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쉽게 측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음으로 측정이 잘 안 되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만약, 은혜가 바닥을 치고 성장과 변화가 완전히 멈춘 상태이면 전혀 갈등하지 않고 욕망의 늪에 빠져 있거나, 벌써 예배의 자리에서 벗어나 이미 세상으로 나갔을 것입니다.
한 해의 절반을 지나 온 지금, 지나간 6개월의 신앙생활을 성찰하고, 하나님이 잘해 주셔서 어느 정도 삶이 변화되었는지 점검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변화와 성장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내가 지금 주님의 교회 안에 있다면, 변함없이 한결같은 하나님의 은혜가 작동 중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성장도 은혜도 때가 있으니 기다려야 합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우리의 최대 원수는 성찰없이 막연하게 훌륭한 결과를 보고 싶은 악(惡)이고, 교만으로 인해 연약함을 모르는 자기 의(義)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사모하는 마음에 만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해도, 기적 중에 기적은 지금 내가 교회 안에 있다는 사실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변함없이 주님이 잘 해 주시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장목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