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그저 감기 몸살인 줄 알았습니다. 증상이 감기 몸살 같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검사를 해 보니 확진이 되어서 잠시 동안 멍 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교회 식구들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잘 견디고 함께 협력해서 방역에 성공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 순간에 기습공격을 당한 느낌을 갖게 되어, 자책감이 들었고, 방심한 것에 대한 후회가 되었습니다. 새해 특새도 다 마치지 못하고, 목회계획이 일시에 정지된 느낌이라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일 첫 주 예배를 드리고 성찬식을 한 것이 큰 위로이고 감사였습니다.
증상은 감기몸살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입맛은 그대로이고, 냄새도 그대로이고, 눈이 아프거나 온 몸이 쑤시는 것은 아닌데, 힘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평소에 감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오한이나, 두통과 근육통 등의 증상은 별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교회가 함께 어려움을 당하면서, 서로 불평이나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는 분들이 전혀 없고, 오히려 온전한 사랑과 신뢰를 보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얼마나 큰 감동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순발력 있게 즉시 검사 키트를 구해서 교회에 충분히 비치해 준 배목사님 내외와,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고 문자로 상황 파악을 해 준 박목사님, 음식을 이곳저곳에 배달해서 섬겨 주신 서장로님, 과일이나 음식을 배달해 주신 익명의 성도님들의 활약 소식에, 우리가 가족 됨을 확인할 수 있어서 크게 감사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몸이 아픈 것 보다는 교회식구들 걱정과 예배와 목회 걱정 때문에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난이 유익이고 기회라는 설교를 종종했던 저 자신을 가만히 살펴보면서, 고난 중에 더 유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 보고, 하루 3가지 감사 일기를 썼습니다.
할 일을 하지 못할 때 ‘무엇을 할까’ 를 생각하다가 몇 가지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맞추어서 감사기도 드리는 것, 신약성경 중 고린도 전후서 성경공부, 올해 수요예배에 나눌 기독교 윤리학 내용 파악, 청교도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에 대한 중심사상 등을 정리했습니다.
생각을 다른 곳으로 집중시킬 때, 답답한 마음에서 어느 정도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 큰 유익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병치레가 많았던 저는, 아픈 것은 지나가면 낫게 된다는 것을 수 없이 경험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고, 시간에 쫓겨서 하지 못한 일을 조금씩 한 것이 너무나 큰 감사가 되었습니다.
복음으로 인해 선물로 주어진 삶, 함께 천국 가족이 된 우리들, 확정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열린 마음의 소망, 예기치 않은 질병을 감사함으로 감수하고,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고 응원하는 우리 교회식구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회복이 되어 함께 예배할 수 있어서 주님께 감사드리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면역력도 더 생길 것이니 여유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힘내십시오. (장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