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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목회 일기를 꺼내 읽다 보면 지금은 다른 내가 보입니다.

[새벽에 단 몇 초 동안이지만 기차역 대합실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남자를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상상해 보다가 순간 깜짝 놀랐다. 그가 무슨 일을 하며, 어디에 살고, 어떻게 자랐으며, 기혼인지 미혼인지, 전혀 사실과 상관없이 혼자 지레짐작하고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생김새와 차림새를 보며, 창밖을 처다 보는 미묘한 눈짓과 몸짓이 무슨 의미인가 궁금해하며, 필요 이상의 상상력을 동원한 내 자신이 오히려 이상했다. 흥미 있는 영화 속에 생각이 푹 빠져 있다가 갑자기 현실세계로 쑥 들어온 느낌으로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위의 내용은, 1999년 11월 19일 뉴욕에 심리, 상담 공부 3년차를 하러 갔다 온 후 저녁에 적어 놓은 저의 목회일기 속의 내용 일부입니다. 너무 오래된 옛날이라, 새까맣게 그때를 잊고 살았는데, 빛 바랜 목회일기 속에 적혀 있는 내용을 보니, 그 당시의 시간과 공간과 장소와 대상이 서서히 머릿속에서 뚜렷하게 기억으로 떠올랐습니다.

[내가 나의 생각 내면으로만 계속 깊이 들어가면 나르시시즘(narcissism), 내 생각을 하지 않고 무작정 밖으로 나와서 다른 대상으로 향하면 강박증(obsessive-compulsion), 감정의 지배로 인해 홧김에 큰 소리를 한번 잘못 지르면 사정없이 경계선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열등감과 비교의식 때문에 자괴감에 사로잡히면 우울증(depression),

궁금증으로 해서는 안 될 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편집증(paranoid), 세상과 다른 사람과 관계 맺지 않고 담을 쌓고 나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으면 정신병(psychosis), 그 누구도 의지할 사람이 없고 의지할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다는 냉정한 믿음은 사회병증(sociopathic),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내 마음을 외면하고 어찌할 수 없다고 방치하면 다인격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dissociation), 등등, 도대체 도무지 정상적인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으니, 모든 사람이 죄인이고 정상적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성경말씀이 정말 맞구나.]

위의 내용은, 나를 제대로 배우고 알기 위해 심리학과 상담학이라는 공부를 해 오면서, 학문적 이론에 기준하여 다른 사람들을 진단하고 분석하면, 모두가 비정상이고, 공사 중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나도 공사 중인데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치료하고 고친다는 말인지, 그야말로 좌절감 밖에 들지 않았던 그때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엿보게 되는데, 천만 다행으로 복음을 만난 기적 때문에 순간마다 안도감을 느낀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기억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은 저 자신이지만, 생각이 참 많이 단순 해졌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잡지 못할 호랑이 사냥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객기를 부리며 요란을 피우고, 배우고 알고 있는 것이 모두 다 옳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난 후에 돌아보니, 옳고 맞는 것이 해석과 설명에 따라 다 옳고 맞지 않을 때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답은 충분히 시간이 지나가야 본질이 파악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목회일기를 쓰는 습관은 지금도 계속되는데, 요즘은 계속 하루 3가지 감사제목을 목회일기로 써 내려가면서,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간략하게 기록합니다. 만약 20년 후 2041년 정도에, 그때 제가 아직 살아 있어서 지금 감사 내용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며, 막연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봅니다. 그때 만약 세상에서 사라져 보지 못하면, 우리 모두 천국에서 도란도란 좋고 재미있는 이야기 나누며 즐거워하겠지요! 천국서 함께 만나면, 그때 참 좋았다고 말하는 우리들 됩시다. (장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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