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에게 있어서 디모데는 사랑하는 영적 아들이었습니다. 바울에게 또 영적 아들이 있었는데, 디도입니다. 서신서를 꼼꼼히 읽어보면, 바울은 디도보다 디모데를 편애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디모데에게 맡겼습니다. 고린도 교회에 문제가 터졌을 때, 바울은 디모데를 보내서 수습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못해 바울은 디도를 보냈습니다. 디도는 예상 밖에 고린도교회 문제를 잘 수습했습니다. 고린도교회가 변화가 되었다는 소식을 바울은 무척 기뻐합니다(고후7장). 바울과 고린도 교회간에 신뢰가 회복된 것입니다.
디도는 거의 무명의 사역자였지만, 뭔가 변화를 일으키는 간절함이 있었고, 자원함이 있었고, 선한 일에도 조심하는 자였기에, 과격한(?) 바울의 사역에 뒤처리를 잘하고, 바울과 고린도교회 사이에 다리를 잘 놓아주고 해결사 역할을 한 것입니다.
어쩌면 고린도교회만큼 골치 아픈 곳이 ‘그레데’였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항상 거짓말쟁이, 악한 짐승, 배만 위하는 게으름뱅이’라는 소리를 듣던 사람들입니다. 바울은 디도를 그곳에 보냈습니다.
디도는 헬라인이었고, 그 이름은 ‘공경하다’라는 뜻입니다. 공경은 누구를 존중하고 높여 준다는 의미입니다. 학자들의 일설에 의하면 누가의 동생이었다고도 하지만, 사실여부는 불분명합니다.
바울은 디도를 처음에는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바울은 디도의 사람됨을 알고 그 그릇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일을 맡겼는데, 까다롭고 쉽지 않은 그레데에 디도를 떨어뜨려 둔 것입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디도를 소개하면서 5개의 명사로 표현하는데, ‘동료, 동역자, 형제, 사자들, 영광’이라고(고후8:23) 합니다. 이 5개 명사를 수식하는 ‘누구의 누구’라는 소유격은, 디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울 자신, 우리 형제들을 위한 디도였다는 것이고, 한 마디로 디도는 소속이 분명했던 자입니다.
디도는 자기 동기로, 자기 목적으로, 자기주장으로, 자기 유익으로, 자기 인기를 위해 사역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의 보냄을 받았으니, 바울의 의도와 목적을 위해 헌신한 영적 아들이었던 것입니다. 디도는 정체성이 분명했고, 바울을 돕는 역할을 확실히 했습니다.
디모데후서 4장에 보면, 바울이 로마에 감금되었을 때 끝까지 함께 한 자 중에는 디도가 있었는데 바울은 그를 달마디아(지금의 유고슬라비아)로 보냈습니다. 참 의리 있는 사람, 맡은 일에 끝까지 충성하는 사람이 디도 입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디도 같은 동역자가 되고 싶고, 디도 같은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먼저 디도와 같은 영적 아들 딸 들이 되고, 우리 각 사람에게도 영적 아들 딸 들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장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