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상도 시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사투리가 몸에 베어서인지, 학교 다닐 때 서울말 하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여학생들이 서울말을 할 때 참 상냥하고 듣기가 좋았지만, 남학생들이 서울말을 하면 왠지 속이 간지러운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서울 말 하는 여학생들은 경상도 말을 하는 저를 터프하고 남자 답다며 좋아하고, 서울 말하는 남학생들은 경상도 말을 하는 여학생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창피하고 부끄러운 것보다 오히려 적잖은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을 서울에서 다닐 때 세미나 준비를 해서 처음 발표를 했는데 강의실이 온통 웃음바다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서울 출신 여학생들은 저의 거친 억양의 경상도 사투리가 군대에서 교관이 명령하는 말 같다며 세미나 내용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추켜세우는 바람에, 서울 출신 남학생들에게 시기하는 적잖은 눈총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경상도 특유의 높고 굵은 감정 굴곡이 언어에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조심한다고 최선을 다했는데, 민망해서 혼이 났습니다. 이후로 저는 서울말을 사용하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듣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는 서울말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목사가 된 후로는 더욱더 조심하고 신중해야 하는데, 설교를 할 때는 제 자신이 모르는데, 제가 한 설교를 들어보면, 경상도 사투리가 많은 것을 많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성도님들에게 송구하고 죄송함을 느끼는데, 이해심 많은 우리 교회 식구들이 잘 용납하고 들어주어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겸손하다 해도 말투가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으면 듣는 상대방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좋을 때는 지나가는데 일단 감정이 상하면 별것 아닌데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와 아내는 잘 모릅니다만, 대화하면서 실제로는 반말이 아닌데 반말처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경상도 말은 핵심어가 앞에 나오고 뒤에 존칭어가 나오기 때문에 뒷말이 흐려지면 하대하는 반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안 했나 예?” 라는 말은, “안 했나”의 반말에다 “예”라는 의문형 어미만 붙이면 존칭어로 생각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생각 없이 들을 때는 반말 같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존댓말입니다.
서로 대면하고 표정을 보면, 높인 말 인지 반말 인지 금방 알 수 있지만, 쉽게 상처를 받거나 자존감이 낮은 분들이 들을 때는, “어”와 “예”가 분명하지 않아 오해를 하거나 당황할 수가 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익숙해진 표현이니 성도님들은 잘 봐 주시고,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년 전에 저희 부부는 기본적인 표준말을 배우려고 연습하고 교정하면서 서로 핀잔을 주고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저의 아들이 끼어들면서 “엄마! 괜찮아요. 경상도 말이 표준말(?)이니 염려 말아요.”라며 당당하라고 말했는데, 제 아들은 엄마가 좋으니까, 엄마 편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친하고 서로 관계가 좋으면 사투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도 이해하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가족이니 지방색은 있을 수 없고, 가끔 들리는 사투리도 좋게 봐 주어야 합니다. 괜히 오해하지 마시고, 저희도 잘 봐 드리고 있으니, 우리를 잘 봐 주시길 바랍니다. (장목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