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예배당 안에는 저만 알고 있는, 제가 처음 앉았던 자리가 있습니다. 담임목사가 된 후 지금까지 처음 앉았던 6년 전 그 자리를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녁에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 그 자리를 조용히 앉을 때 주님이 주시는 말씀은, 항상 처음 마음을 잃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주님 안에서 저의 처음 마음은, 감사하겠다는 마음이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성도님들을 행복하게 하는 목사가 되겠다는 결심이었는데, 그 처음 마음 하나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을 때때로 경험하면서, 저의 부족하고 미숙한 부분을 인정하고 성찰할 때가 많습니다.
목사가 너무 열정이 강하면 성도님들이 힘들고, 너무 열정이 약하면 성도님들은 무감각해지기 때문에, 때때로 주님과 성도님들 앞에서 자책과 근신하라는 위험한 신호를 감지하고, 처음 먹었던 마음을 유지하고, 익숙해진 목회 습관에 빠지지 않으려고 의지를 다질 때가 있습니다.
모태신앙이나, 신앙생활 연수와 사역의 경력이 오래되면, 스스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뭔가 관록이 붙고, 기도하는 것, 말씀 읽는 것, 주일 예배 드리는 것이 습관에 따라 익숙해지면, 처음 어떻게 순수하게 기도하고, 처음 말씀 읽고 어떤 은혜를 받았는지, 처음 어떻게 성령의 임재 안에서 예배 드렸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신앙생활이 익숙해지면, 나도 모르게 신앙이 아닌 신념으로 뚜렷한 내 주관과 방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래야 한다는 나의 주관과 방식이 있고, 하나님에 대해서도 목사나 성도에 대해서도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면, 어쩌면 오늘 내가 하나님을 경험하고 은혜 받아야 하는 것을 그것이 막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스스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회개가 없고 말씀에 순종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이미 성장이 멈춰졌고 믿음이 신념으로 고착되어진 것입니다. 좋은 습관도 오래 되면 그것이 주는 장점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고, 감동도 식고, 늘 하던 그대로가 되어 버리듯이, 수시로 헝클어진 처음 마음을 의도적으로 다시 챙겨야 합니다.
저는 처음 예수님을 영접했을 때, 처음 구원의 확신을 가졌을 때, 처음 성령을 체험했을 때, 처음 기쁨으로 십일조를 드렸을 때, 처음 대표 기도를 했을 때, 처음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 처음 목사가 되어 설교준비를 할 때를 기억합니다. 가난해도, 외로워도, 힘들고 피곤해도 처음 시작한 것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을 기억합니다.
열심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날이 언젠가 오고 말 것이기 때문에, 처음처럼 그 영적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처음 감동이 죽지 않도록 시동을 끄지 않기 위해, 새벽과 저녁에 기도의 자리를 찾습니다. 올 한 해 절반을 보내면서,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떨리는 마음을 더욱 더 실감하기 원하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 처음 회사를 출근할 때, 처음 아들을 안았을 때, 처음 집을 구입했을 때, 처음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처음 목회를 시작했을 때, 그 무엇보다 저를 불러 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해서 처음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을 때를 기억하면, 어느 새 감동의 눈물이 있습니다. 6년 전에 처음 우리교회에 와서 앉은 그 자리가 오직 은혜이니, 오늘도 성령과 복음으로 충만하여 성도님들에게 기쁨의 선물이 되기를 진실로 소원합니다. (장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