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목회철학이라는 것이 뚜렷이 없는 목사입니다. 기도하고 말씀을 붙들고 성령의 임재를 사모하는 것이 저의 목회의 기본이고 최선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님들의 영혼을 돌보고 성장시키는 목양을 하면서 집중하는 원칙은 갖고 있습니다. 교회라는 울타리와 영적 공간 안에서 성도들과 관계 맺음에 대한 원칙인데, 존중과 균형과 훈련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신분석 이론 중에 [도날드 위니캇]이라는 분의 ‘대상관계론’은, 인본주의적인 것보다 영적인 부분을 터치해 주는데, ‘울타리와 공간’ 안에서 일어나야 할 관계 개념의 정립이 예수님의 목양 원칙과 비슷해서 제가 굉장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분은 원래 소아과 의사였기에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현상에 대한 임상을 소개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아이가 넘어져 울 때, 엄마는 때때로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엄마와 아이가 건강한 분리 과정을 통해 서로 성숙하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모든 욕구에 적극적, 자발적, 즉각적으로 완전하게 계속 반응해 주면 아이는 독립을 배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넘어지는 것을 볼 때 엄마가 안쓰러운 마음에 즉시 계속 안아주고 보호하면, 그 아이는 혼자 걷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아이가 울 때마다 즉시 달려가서 안아 주고 그의 필요를 채워주고, 아이 주변을 계속해서 맴도는 헬리콥터 엄마가 되면, 아이와 엄마는 정상적인 분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면, 점차적으로 아이가 혼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울타리와 공간 안에서 훈련시켜야 합니다. 실패를 통해 성공하는 기회를 배우도록 해 주어야 하는데, 엄마가 아이를 대신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면 역효과가 일어나 아이의 인성 성장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장성한 후에도 혼자서 스스로 결정과 선택을 할 수 없고, 당장 해야 할 때를 놓치고 계속 유예(미룸) 시키는 습관이 형성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도움만 바라는 성인 아이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성장 과정에 있어서 관계의 울타리와 공간에서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해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서, 목사가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일방적으로 기계적인 통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면, 성도 개인은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합니다. 목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주지 않으면, 자원하는 헌신으로 인한 성장을 맛보게 하지 못하게 하고 신앙생활에 퇴보가 되게 하는 원인 제공을 목사가 하는 격이 되고 맙니다.
최소한, 목사는 즉시 달려가서 회복시켜 줄 사람과, 당장 힘들고 어려워해도 가만히 놔두어야 할 사람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고난과 시련과 상처와 아픔으로 우리를 연단 시켜 성화의 성품이 되게 하시듯이, 목사는 무조건 즉시 성도님들을 챙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교회라는 울타리와 공간 안에서, 목사가 심방을 하지 않아도 잘 성장하는 분들이 있고, 심방을 자주해도 잘 성장하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말만 해 놓고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게 계속 목사가 권면을 하면 좋은 말도 한 두 번이지, 관계가 깨어지기 때문에 기도하며 기다려 주어야 하고, 방임과 과잉 돌봄 사이에서 냉정을 유지하고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목사의 무관심으로 성도님들이 감정이 상할 때, 목사가 그래도 나를 믿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지나친 관심으로, 필요 이상의 과다한 사랑표현을 하지 않는 목사에 대하여 오히려 감사해야 합니다. (장목사 드림)